한국 역사에서‘한지’라는 명칭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52년에 내무부 통계국이 발간한 대한민국통계연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지라는 용어는 국가의 개념이 강조되는 근대 이후 생긴 말로 그 이전에는 전통적으로 종이, 조히 등으로 불렸으며 재료, 용도, 색채, 산지, 크기 및 두께, 종이의 질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한 이름으로 존재했다. 한지 용어에 대한 정의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2013)에서는“우리나라 고유의 제조법으로 만든 종이를 말한다”고 했다. (사)한국무형유산진흥센터(2016) 는 “한지는 껍질인 인피섬유를 주원료로 하여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의 재료와 방식으로 만든 종이를 지칭한다”고 했다.
정의(定義)는 어떤 말이나 사물의 뜻을 명백히 밝혀 규정하는 것이다. 법률제정이나 학문연구, 토론 등 모든 일은 정의를 규정하면서부터 시작된다. 한지 정책은 정의를 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 한지의 정의는 무엇일까? ‘한지’에 대한 정의는 아직까지 정부 차원에서 정립되지 않았다. 2017년도에 정부가 추진한 R&D 사업 내용에 의하면 “한지의 우수한 물리적 특성과는 별개로‘한지’라는 단어 자체의 정의도 없는 실정이다”라고 했다. 한지에 대한 정부차원의 정의가 불명확한 결과,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 중앙정부가 추진한 한지실태조사 결과에서 보여준 한지 생산량이 신뢰할 수 없는 수준이다. 생산량의 편차가 지극히 심할 뿐만 아니라 수입산 닥과 목재펄프를 재료로 만든 종이까지도 한지에 포함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실태 조사시 수입산 닥과 목재펄프로 만든 종이를 한지에 포함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조차 없었다는 점이다.